금융 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이 국회 논의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 구체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발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 당국과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논의를 장기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개선안은 지난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최근 열린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정무위가 다음 달 국정감사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개선안 논의가 다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정무위에서 지배 구조 개선안 논의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에 이견이 있다면 속도 조절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정책 추진 동력도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지할지다. 금융 당국은 앞서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주주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부딪힌 상태다.
금융 당국과 국회는 3연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절차적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이 세 번째 연임에 나설 경우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도록 하거나, 연임안 의결에 75% 이상 찬성 요건을 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무위 일부 의원은 이 같은 장치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 당국은 이보다 낮은 수준의 규율로는 장기 재임과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선안은 올해 초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과 '셀프 연임' 관행을 막겠다며 정부와 금융 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추진됐다. 당국은 회장 선임 절차와 사외이사 중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4월, 늦어도 상반기 중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수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