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금융권 취업 준비를 시작한 박모(29)씨는 진로 변경을 고민 중이다. 금융 공기업과 시중은행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기업은 지방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은행은 매년 신입 공채 규모를 줄이고 있는 탓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 10~11월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024110)·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도 지방 이전이 거론된다. 이들은 최상위 금융 공기업으로 묶여 '신의 직장'이라 평가받고 이곳 입사 시험은 '금융 공기업 A매치'라 불릴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그러나 몇 년 사이 시중은행 연봉이 크게 올라 금융 공기업을 앞지르면서 공기업 신입 경쟁률은 낮아지고 퇴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은 올해 전문·경력직(4~5급) 공개 채용이 미달되기도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 새로 임용된 전문·경력직 중 일부가 추가로 근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취업 컨설턴트는 "최상위 금융 공기업보다 처우가 나은 곳이 늘면서 (취업) 경쟁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요즘엔 '그만큼 공부할 거면 차라리 증권사를 가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올해 인크루트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금융 기업' 설문에서 증권사(34.4%)와 일반은행(34.5%) 선호도는 0.1%포인트(p) 차이였다. 2년 전에는 은행 40%, 증권사 26%로 격차가 컸다.

시중은행 취업 문턱도 높아지는 추세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상반기 신입 공채 인원은 4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줄었다. 연간 신입 채용 규모도 2023년 1880명, 2024년 1380명, 2025년 1280명으로 감소세다.

은행들은 AI와 정보기술(IT) 분야만 채용을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만 AI·IT 경력직 수시 채용을 세 차례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경력 정규직 채용에서 AI·데이터 플랫폼 구축, 생성형 AI·AI 모델링·데이터 분석 등을 별도 직무로 세분화해 모집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인터넷뱅킹 서비스 강화 수요는 늘어나지만, 오프라인 점포와 대면 서비스 수요는 줄면서 신입 공채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의 전국 영업점은 올해 상반기 말 총 2201곳으로, 3년 사이 258곳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