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위해 국회와 수주째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감독 체계와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아 실제 발의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등을 상대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법안의 구체적인 제출 방식과 발의 주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안팎에서는 올해 안에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연내 국회 통과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가 우려하는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이후의 관리·감독 체계다. 그간 기본법 논의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것인지, 발행사에 어느 수준의 준비 자산과 건전성 요건을 부과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실제 유통 단계에서 자금세탁이나 불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할지에 대한 장치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무위 관계자는 "발행 인가와 준비 자산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발행 이후 유통·이전 과정에서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자금 세탁을 차단할 수 있는 감독 체계를 법안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상 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도 주요 쟁점이다. 금융위는 거래소의 특정 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투자자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만큼, 일부 대주주에 지분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분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까지 제한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소유 분산 규제를 참고해, 법정 한도를 초과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정 기간 내 초과 지분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금융 당국이 해당 주식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법안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
반론도 적지 않다. 가상 자산 거래소는 증권사 등 전통 금융회사와 사업 구조 및 시장 형성 과정이 다른데, 자본시장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형성된 지배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도록 하면 경영권 분쟁이나 시장 불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국회 논의를 거쳐 쟁점별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안 발의 시점을 못 박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됐음에도 발행 단계부터 유통·감독, 거래소 지배 구조까지 정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