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물병원별 진료비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개별 진료비 공개가 진료체계 표준화와 펫(pet·반려동물) 보험료 인하를 위한 첫 단추라고 보고 있지만, 수의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제도 시행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6일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는 주요 진료 항목의 비용을 시·도와 시·군·구별 중간값·평균값·최저값·최고값 등 통계 형태로 공개했지만, 개정안은 전국 4000여 동물 병원의 진료비를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가 공개 확대에 나선 것은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반려동물 진료는 진료명과 진료 방식, 비용 체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 같은 질환을 치료해도 병원마다 진료 항목과 가격이 달라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고 편차도 크다.
이 같은 진료비 구조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줄 펫보험 시장 확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험사가 상품별 손해율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일관된 진료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출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려우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보수적으로 책정하거나 보장 범위를 좁힐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2~3%에 그친다. 일본은 21.4%, 영국은 개 25%·고양이 12.1%, 스웨덴은 개 90%·고양이 50%로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다만 수의계의 거센 반발로 제도 시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수의사들은 동물의 체중과 건강 상태, 마취 여부, 검사 범위 등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단일 가격만으로 병원을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격 경쟁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역 동물 병원의 경영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의사와 수의대생 등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은 "수의사의 전문성과 미래를 훼손하는 결정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물 진료의 특수성을 반영할 보완책은 필요하지만, 과잉 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험료를 낮추려면 진료비 공개와 표준화는 필요한 조치"라면서 "진료비가 공개되면 펫보험료나 보장 범위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