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소상공인도 앞으로 매출 증가세나 상권 경쟁력, 사업 성장성 등을 인정받으면 대출 승인이나 금리·한도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업은행(024110) 서울 광화문지점을 방문해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Small Business Credit Bureau)' 은행권 시범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개요. /한국신용정보원 제공

SCB는 기존 금융거래 이력뿐 아니라 매출과 업종, 상권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 체계다. 사업 지속 기간과 근로자 수, 고객 인지도와 수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방문·재방문 및 북마크 정보 등도 평가에 활용한다.

신용정보원이 이런 정보를 토대로 소상공인의 '성장등급(S등급)'을 산출하면 신용정보회사(CB사)가 기존 신용등급과 성장등급을 결합한 '성장신용등급'을 금융회사에 제공한다. 성장등급이 높은 소상공인은 기존 신용평가보다 높은 등급을 적용받아 대출 승인이나 한도 확대,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국민·기업·농협·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은행(가나다순) 등 8개 은행이 SCB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경남·광주·수협·iM·전북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도 올해 하반기 중 참여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규모는 당초 7개 은행 1조8000억원에서 16개 은행 2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은행권의 사전 심사에서 실제 대출 조건이 개선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기존 신용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등급 7등급을 받아 대출이 거절됐던 한 커피전문점 사업자는 SCB를 적용한 뒤 성장성과 상환 여력을 인정받아 6등급으로 올라 대출을 승인받았다.

온라인 소매업을 하는 한 사업자는 SCB 상위등급을 인정받아 1%포인트의 금리 감면을 받아 연 3%대 금리로 3000만원의 사업자금을 조달했다. 또 다른 도소매업 사업자는 기존 기준으로 약 3000만원이던 대출 한도가 4000만원으로 1000만원 늘었고 금리도 약 0.7%포인트 낮아졌다.

금융 당국은 SCB가 담보나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성 있는 소상공인이 은행 대출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내년 하반기까지 약 1년간 시범운영을 거친 뒤 성과를 분석해 SCB 적용 상품과 참여 금융회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10월 출시 예정인 개인 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과 내년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평가에도 SCB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억원 위원장은 "충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밀려나지 않도록 공정하고 타당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포용금융에서 중요하다"며 "매출과 업종, 상권, 사업 특성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성을 평가하는 SCB가 이러한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