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용협동조합(신협)이 5곳 중 1곳꼴로 자본 잠식에 빠지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경영상 여유가 있는 우량 조합이 부실 조합을 인수·합병한 사례는 올해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 소재 창원신협과 창원미래신협은 지난달 3일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창원신협은 순자산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 잠식 상태였는데, 경영 여건이 훨씬 나았던 창원미래신협이 이를 흡수한 것이다. 창원신협은 지난 1982년 설립돼 45년간 영업을 해 왔으나 이번 합병으로 문을 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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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경영 정상화 조치는 다른 지역 조합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862개 신협 지역 조합 중 166곳이 자본 잠식 상태인데, 우량 조합에 합병된 건 창원신협 한 곳뿐이었다.

신협 내부 관계자는 "부실조합을 타 조합에서 흡수하는 건 해당 조합 경영 상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수도권, 광역시 등 대도시에 있으면 그나마 인수·합병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지만, 외딴곳에 있는 부실 조합은 외면받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컨트롤타워 격인 신협중앙회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현재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중 조합 중앙회에 경영개선명령권이 없는 건 신협이 유일하다. 신협중앙회는 이보다 강제력이 떨어지는 경영개선권고·요구만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말 신협 건전성 제고 과제로 신협 경영개선명령 제도 신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관련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신협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과 추진 일정은 관계 기관 검토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라며 "회생 가능성이 보이는 지역조합에 경영 합리화 지원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합리화 지원 자금 제도는 신협이 지난 2018년 상호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조합과 중앙회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약 5년간 고정이하여신비율·연체율 등 경영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면 MOU가 종료되는 방식이다.

지난 7년간 해당 지원을 받은 조합 26곳 중 12곳(46%)이 경영 정상화 판정을 받고 MOU를 종료했다. 나머지 14곳 중 3곳(대전대흥·울산태화·성암조합)은 지원을 받았음에도 경영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중앙회가 지원금을 돌려받았다.

경영난을 호소하는 지역 조합은 매년 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재무 상태 개선 조치를 받은 신협은 2022년 39곳에서 2025년 127곳으로 3배 넘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