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가상 자산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더라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과세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가상 자산 사업자(VASP)는 특정금융정보법상 트래블룰과 소득세법상 거래명세 제출의무를 적용받아 과세 당국이 거래 내역을 그대로 볼 수 있으나 바이낸스, OKX 등 해외 거래소는 자료 제출 의무가 없어 납세 대상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파악이 쉽지 않다.

내년에 개시되는 OECD 가상 자산 정보 교환(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도 구멍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CARF로 교환되는 정보는 이용자별 자산 유형별 총 거래 대금과 거래 횟수 수준의 집계치로, 취득가액과 손익을 계산할 수 있는 상세 자료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 로고./바이낸스 홈페이지 캡처

CARF 미가입국 거래소를 거치거나 개인 간 거래로 넘어가면 그마저도 사각지대다. CARF에 가입되지 않은 국가에서의 거래, 탈중앙화 거래소(DEX·Decentralized Exchange) 거래, 개인 간 거래를 포착할 제도와 인프라도 없다. DEX는 중앙 운영 주체 없이 이용자 간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다.

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길도 있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 자산을 현지 계좌로 인출해 국내로 들여오지 않거나, 외국 계좌를 가진 지인을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 홍콩계 결제 서비스 리닷페이나 최근 글로벌 가상 자산 거래소들이 내놓은 자체 발행 결제 카드를 이용해 현금화 단계를 생략할 수도 있다. 테더(USDT) 등 스테이블 코인을 충전해 애플페이 등에 연동하면 국내 가맹점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어 코인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 자체가 사라진다.

바이낸스, OKX, 크립토카드 등 해외 가상 자산 거래소의 자체 발행 결제 카드 혜택 비교./그래픽=손민균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이용자에게 주로 과세할 경우 걷을 수 있는 세금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가상 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 계정 1113만개 가운데 74%는 보유액이 100만원 미만이다. 1000만원 이상 보유 계정은 10%(112만개), 1억원 이상은 1.5%에 그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달 공개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보유액 1200만원 이하 투자자는 취득가액 50% 의제와 기본공제 250만원을 적용하면 낼 세금이 없어, 실제 납세자는 전체 투자자의 1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거래소 정보망에 잡히는 투자자 열에 아홉은 걷을 세금이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과세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투자자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른바 '큰 손' 투자자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어떤 과세든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지만, 시행 전까지 미비한 제도를 최대한 보완할 계획이다. 과세를 위한 가상 자산 통합 분석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