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신협)이 높은 연체율과 일부 지역 조합의 자본잠식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고영철 신협 회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노사 갈등이 지속되며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노동조합 측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최모 신협중앙회 기획이사를 고 회장이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 회장은 이를 두고 "인사권 침해"라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전후 1~2%대였던 연체율이 지난 6월말 6.11%까지 치솟았다. 이는 14년 전인 2012년(6.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47%에서 올해 6월 말 7.79%까지 올랐다.
전국 862개 신협 조합 중 166곳은 자본 잠식 상태다. 자본 잠식은 기업이 계속 적자를 보면서 금고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바닥나 회사의 자본금이 깎여 나가는 상태를 말한다. 166곳 중 38곳은 아예 회사 자본금까지 바닥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 잠식에 빠진 신협 조합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 부실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협 노조 측은 최근 신협 간부 300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노조는 고 회장이 최 기획이사를 신협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기획이사가 광주문화신협 상임감사로 일하던 시절, 회사 공금에 해당하는 출장비로 감사 업무와 상관없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이 횡령·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앞서 고 회장과 최 기획이사는 제34대 신협중앙회장 선거 기간이 아닌 시점에 투표권을 가진 단위 조합 이사장들을 방문해 지지를 요청하는 등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두 사람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현재 신협중앙회 이사, 조합 이사장 등은 고 회장에게 최 기획이사의 해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 회장은 "인사권은 내게 있고, 기획이사를 내보내라는 것은 내 리더십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다.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단체행동 수위를 점점 올릴 계획이다.
신협은 10월부터 자산관리회사(AMC)를 가동해 부실 채권을 정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MC가 지역 신협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도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손실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