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취약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장기 연체채권을 대거 매입·소각하고 채무 조정을 지원한다. 유동화회사와 대부업체가 보유한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연체채권 가운데 최대 5조6000억원이 매입 검토 대상이다.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도 일괄 소각한다. 햇살론 공급 규모를 늘리고 10년 만기의 연 4.5% 저리 대출도 새로 내놓는다.
정부는 28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무 조정 활성화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서민금융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실시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유동화회사와 대부업체가 보유한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이 최대한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할 계획이다. 조사된 장기 연체채권 규모는 유동화회사가 1조1000억원, 대부업체가 최대 4조5000억원 등 5조6000억원이다.
코로나19 시기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 채무 조정도 내년부터 추진한다. 단순히 빚을 깎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채무 조정, 신용 회복, 재기 및 사업 능력 회복까지 단계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은 올해 하반기 일괄 소각한다.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는 시효를 완성시키는 등 채권 관리도 강화한다.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보유한 장기 미상환 특수채권 162억원을 올해 처음 일괄 소각하고, 대표이사 등 연대보증인의 채무도 함께 없애기로 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당시 늘어난 부채가 아직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시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2020~2023년) 동안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이 개인 사업자에게 공급한 대출은 358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54조7000억원(43.1%)이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3개월 이상 장기 연체 비율은 4.1% 수준이다.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1년 평균 0.4%에서 올해 6월 0.8%로 두 배가 됐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2%에서 0.7%로 높아졌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전 금융권 연체율은 자영업자가 2021년 평균 5.3%에서 올해 1분기 12.7%, 가계는 6.8%에서 10.9%로 뛰었다.
정부는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변동금리 신용대출 비율이 높은 가계 취약차주와 금융회사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스텝업 특례보증' 보증료율 우대 폭은 오는 9월 0.3%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확대한다.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 연체 없이 채무를 갚을 경우 자금 원가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이자 감면 제도를 신설한다.
고금리 대출의 갈아타기 문턱도 낮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대환 대출은 연 7% 이상 금융권 대출을 연 4.5%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기존에는 지난해 6월 30일까지 승인된 대출만 대상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승인된 대출로 대상을 넓힌다. 청년 대상 미소금융 대출 한도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내로 높이고, 개인신용평점 하위 5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청년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넓힌다.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고정금리 주택대출도 확대한다. 정부는 은행들이 10년 이상 순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올해 하반기부터 내놓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이른바 '월세로 집 사는' 정책모기지도 새로 출시한다. 4억원 이하 비(非)아파트를 대상으로 저금리와 최대 80%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신용평가 방식도 바꾼다. 정부는 연체 이력뿐 아니라 신용회복 정도와 향후 성장성 등을 대출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오는 12월 개인신용평가체계를 개편한다. 소상공인의 경우 매출과 업종, 상권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성장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을 은행권에 도입한다. 평가 결과 상위 등급에 해당하면 신용등급을 올리고 금리나 대출 한도에서 우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