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일이 12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액을 계산할 기준은 여전히 미정이다. 취득가액을 어떻게 잡을지, 스테이킹(Staking·가상 자산을 예치해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는 것)에 언제 세금을 매길지, 손실은 어떻게 처리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가상 자산 투자자에게 일단 혼란을 겪어보라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세청 디지털자산총괄과는 지난 24일 가상 자산 과세 고시 제정을 위해 양도대여소득의 기준 합리적 기준 마련을 위한 전문가 의견 청취 간담회를 열었다. 고시 목표는 과세시점에 맞추고 있으며 스테이킹·에어드롭(Air Drop·가상 자산을 무료로 지급하는 것)·하드포크(Hard Fork·기존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호환되지 않는 방향으로 규칙을 변경해 체인이 영구적으로 갈라지는 현상) 등 거래 유형별 취득가액 산정 기준과 과세 방식을 정할 예정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취득가액 증명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서 이뤄진 거래는 언제 얼마에 샀는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현행 규정은 취득가액을 증명하지 못하면 양도가액의 최대 5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1억원에 산 코인을 1억원에 팔아도 증빙이 없으면 5000만원을 수익으로 보고 1045만원(250만원 초과분의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대로 취득 원가가 양도가액의 절반에 못 미치는 투자자는 오히려 증빙을 내지 않는 쪽이 유리해진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한 해 가상 자산으로 번 이익에서 250만원을 뺀 금액의 22%(지방소득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스테이킹과 에어드롭은 가상 자산을 받은 때를 소득 발생 시점으로 볼지, 실제 매도한 때를 기준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국세청 입장은 2년 째 정해지지 않았다. 2024년 상반기 국세청은 "스테이킹 서비스 대가를 받는 시점이 아니라 가상 자산을 원화로 양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고 했다. 반면 지난 5월 공개된 국세청 용역 보고서는 스테이킹을 '대여'로 보고 수령 시점 시가로 소득을 확정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 자산의 '양도'와 '대여'에서 생기는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대여'가 무엇인지는 정의하지 않았다. 하드포크·에어드롭으로 무상 취득한 코인은 양도나 대여가 아니어서 현행 체계로는 과세 근거 자체가 애매하다.
손실 처리 방식도 쟁점이다. 같은 과세 기간에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통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향후 이익에서 공제하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첫해 1000만원 손실을 보고 이듬해 3000만원 이익을 낸 투자자는 2년 간 실제로 번 돈이 2000만원이지만 3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미국·영국·독일·호주 등은 기간 제한 없이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개정 소득세법을 공포해 암호자산 소득을 20.315% 분리 과세로 전환하면서 3년 이월공제를 도입했다. 주요국 가운데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곳은 프랑스와 한국 정도다.
과세 인프라도 미완성이다. 국세청은 올해 약 30억원을 들여 가상 자산 통합 분석 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했다. 시스템은 연말 완성 예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자금이 124조원에 달하는데 이를 직접 수집할 시스템이 국세청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상 자산 국제 정보 교환(CARF)은 내년에야 개시된다.
정부는 일단 시행하고 향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가 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손금 이월공제에 대해서도 "주식 투자 같은 경우도 이월이 안 되고 있다. 과세 시행 이후 필요성을 살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