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회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수사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기 전 의심 계좌를 차단하는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0월 금융기관의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를 관계 기관이 공유하는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분석 인공지능(AI) 플랫폼(ASAP)'을 출범했다. 이달 4일부터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면서 통신사와 수사기관도 ASAP을 통해 의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 등 100여 건의 정보를 ASAP에 올렸다. 은행들은 해당 정보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연계해 의심 계좌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통신업계의 협업도 강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FDS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연계하고, 지난 3월 말부터 7월까지 AML 시스템에서 포착한 타행 의심 계좌 정보 576건을 ASAP에 공유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이날 회의에서 경찰·은행과 협업해 악성 애플리케이션 제어 서버를 탐지해 고객이 범죄 조직에 거액을 송금하는 것을 막은 사례를 소개했다.
금융위는 마약·불법도박 등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근절에도 나선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실태를 파악한 뒤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과 협력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규 대포 계좌 개설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ASAP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은행권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 46만3000건이 공유됐고, 이를 토대로 7009개 계좌가 지급 정지됐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663억6000만원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권 부위원장은 "ASAP의 가장 큰 의의는 기술적 플랫폼 자체보다 그동안 단절돼 있던 금융·수사·통신 분야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됐다는 점"이라며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