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여신금융업계의 렌털 취급한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캐피탈업계와 렌터카업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캐피탈업계가 중소 렌터카업체에 금리 인하와 원금 상환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렌터카업계는 여전히 시장 잠식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전국렌터카연합회,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13일 정책 간담회를 열고 중소 렌터카업체에 대한 금융지원과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논의했다. 상생안에는 캐피탈사가 중소 렌터카업체의 대출금리를 낮추고 원금 상환을 약 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과 대출한도를 우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가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캐피탈업계가 이 같은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렌털 취급한도 완화에 대한 렌터카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렌털자산은 본업인 리스자산 규모를 넘어설 수 없다. 이에 캐피탈업계는 자동차 소비가 리스에서 장기렌터카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규제가 사업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해 왔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반영해 지난해 11월부터 감독규정 개정을 검토해 왔다.

일부 렌터카업체는 규제 완화에 찬성했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089860) 등 대형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상생금융 지원을 전제로 규제 완화에 조건부로 동의했다. 금리 인하와 대출한도 확대, 원금 상환 유예 등이 중소 렌터카업체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전국 렌터카 업체 가운데 31%(219개사)가 가입된 곳이다.

반면 중소 렌터카업체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자금조달력이 높은 금융회사가 렌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경우 영업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국 렌터카 업체 710개 가운데 52%(370개사)가 가입한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캐피탈사의 렌터카 시장 잠식을 우려하며 지난달 금융위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렌터카시장에 진출한 여전사 17곳이 전체 등록차량의 약 44%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1000여개 중소업체의 점유율은 11%대에 그쳤다.

캐피탈업계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중소 렌터카업체와 직접 경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캐피탈사는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 영업을 할 수 없어 장기렌터카 시장의 대형 사업자들과 주로 경쟁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주장에 대해서도 중소 렌터카업체들은 향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장기 렌터카 시장 진출 기회가 제한된다며 맞서고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렌털 취급한도 규제 완화 방침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렌터카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