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후재난 피해를 보장하는 '기후보험' 도입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들도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보장하는 미니보험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기후위험이 새로운 보험 수요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등록외국인을 포함한 경기도민 약 1440만명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자동으로 가입되며, 올해 보험료 약 32억원은 경기도가 전액 부담한다. 지난해 4월 시행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약 5만2000건에 대해 12억6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20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모니터에 전국 기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경기도 기후보험은 폭염이나 한파 등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질병과 사고를 폭넓게 보장한다. 온열·한랭질환 진단 시 각각 15만원을 지급하고, 기후 관련 특정 감염병 진단 시 20만원을 보장한다. 기상특보나 자연재해로 4주 이상 진단을 받으면 사고위로금 30만원, 온열·한랭질환이나 기후재해로 사망하면 300만원을 지급한다.

제주도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폭염으로 일을 하지 못한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보장 대상은 제주도와 행정시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1억원 이상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퇴직공제 가입 일용직 근로자다. 폭염경보가 내려져 작업이 중단되면 실제 피해액을 따로 입증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며, 작업 중단 시간당 약 1만7000원, 하루 최대 4시간(6만8000원)까지 보험금이 지급된다. 사업비는 3년간 10억원으로 보험업권 상생기금에서 9억원을 지원하고 제주도가 1억원을 부담한다.

보험사도 개인을 대상으로 폭염·한파 등 기후위험을 보장하는 소액·단기 미니보험을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 3일 100원대의 저렴한 보험료로 온열·한랭질환 진단 시 각각 1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NH농협생명도 농민의 온열질환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따.

기후보험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이상기후의 경제적 피해가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후재해로 인한 전 세계의 연평균 경제적 손실은 2000년대 893억달러(약 126조원)에서 2010년대 1670억달러(약 236조원)로 늘었다. 2020년대 들어서는 2189억달러(약 310조원)까지 증가했다. 20여년 만에 연평균 손실 규모가 약 2.5배로 불어난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보험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폭염·한파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수요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부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기후보험 도입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