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신속하게 신축 아파트 집단 대출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자금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대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계 대출 총량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은행이 대출을 넉넉히 늘리기는 어려운 탓에, 한정된 물량을 두고 먼저 신청한 사람은 받고 늦은 사람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잔금 대출 한도를 곧 배정받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일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이 단지 잔금 대출 한도로 각각 1000억원씩 배정했는데, 우리·농협은행의 한도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대출 수요는 이 금액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디에이치방배 잔금 대출 한도를 가장 먼저 배정한 신한은행은 지난주 대출 사전 수요 조사를 진행했는데, 수요가 1000억원 한도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상황에 따라 좀 더 공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목표가 있는 만큼 한도를 마음껏 키우기는 쉽지 않다.
담보가치 기준도 대출 여력을 좁히는 대목이다. 디에이치방배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22억4000만원 수준이다. 이 단지의 호가는 현재 35억원을 넘어섰고,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입주권이 3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통상 잔금대출 때는 입주 시점의 감정가 50%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책정한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한정된 재원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입주민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은 예외적으로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를 각각 계산한 뒤, 이 가운데 낮은 금액을 대출 한도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금방 동나는 물량이다 보니 대출 조건은 좋지 않다. 한 시중은행에서 최근 집단대출 상담을 받은 수요자는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고도 4% 후반대 금리를 안내받았다. 기본 금리는 5% 중반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6월 분할 상환 방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연 4.50%다.
앞으로 예정된 집단 대출 물량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경우 이달 '래미안 트리니원'을 시작으로 10월 '아크로 리버스카이', 12월 '드파인 아르티아'와 '써밋 더힐' 등의 집단 대출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반기 잔금 대출과 중도금 대출을 합치면 은행권이 공급해야 할 집단 대출 규모는 50조원, 잔금 대출 수요만 해도 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물량은 계속 풀릴 예정이지만, 실수요자의 대출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