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별도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비토즈 인프라(기반 시설)에 연결해 자산의 발행과 이동, 결제와 정산을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박상훈 비토즈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오면 비토즈가 블록체인 인프라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2년 설립된 비토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 기업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이 발행한 가상 자산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결제·정산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하는 레일(Rail·망)과 신호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박상훈 비토즈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비토즈 제공

비토즈는 규제 대응을 고려한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구조를 설계해 왔다.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은 퍼블릭(Public·개방된) 블록체인의 개방성과 프라이빗(Private·사적인)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결합한 혼합형 구조다. 기업이나 기관의 민감한 데이터는 비공개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검증 데이터만 투명하게 공개해 속도와 비용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기반으로 가상 자산이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결제·정산 인프라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크로스보더(Cross Border·국경을 넘는) 결제, 온라인 커머스, 오프라인 결제, 정책 자금, 지역 금융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식권 플랫폼 식신과 함께 전자 식권 결제 환경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실증에도 착수했다. 방한 관광객과 국내 체류 외국인이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여행 상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개념 검증(PoC·Proof of Concept)도 모두투어(080160)와 완료했다.

박 CSO는 수원과학대 인터넷정보과를 졸업 후 코스콤, 한화투자증권(003530), 다올투자증권(030210) 등 20년 이상 증권 원장 및 시스템 트레이딩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선물사 MSP International IT 총괄이사와 아이티센글로벌(124500) 금융 공공부문 상무를 거쳐 현재 비토즈에서 중장기 전략과 스테이블코인·가상 자산 금융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박 CSO와의 일문일답.

─스테이블코인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은.

"가상 자산이 실제 결제와 정산에 쓰이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봤다. 그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AI 에이전트(AI Agent·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 대신 목표를 달성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주문하거나 다른 AI 서비스와 직접 거래하는 환경에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소액·반복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기존 결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가치가 안정적이며, 거래 조건을 프로그램으로 설정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스테이블코인이 여기에 맞는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한국은행이 실증 중인 예금 토큰이 각각 논의되고 있다. 발행 주체와 법적 성격은 다르지만, 원화 가치에 기반한 결제 자산이 분산원장 위에서 이동한다는 방향은 같다. 어떤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그 자산이 실제로 쓰이려면 뒷받침할 인프라가 필요하다."

─비토즈의 차별점은.

"현재 가상 자산이 다뤄지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태생적으로 탈중앙화와 탈규제를 목적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현실 금융 규제는 자금세탁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고객 확인 제도(KYC·Know Your Customer), 자산 동결과 같은 엄격한 통제를 요구한다. 기존의 퍼블릭 체계만으로는 규제 준수가 필수적인 스테이블코인을 온전하게 담아낼 수 없다. 비토즈는 스테이블코인 자체보다 '발행과 유통이 일어나는 인프라 구조'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규제 준수와 개방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구조적으로 완벽히 수용했다는 점이 비토즈만의 독보적인 차별점이다."

─식신·모두투어와 협력한 배경은.

"블록체인 결제가 실제 금융 인프라가 되려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결제 환경을 검증할 파트너다. 모두투어와는 국경을 넘는 결제와 정산을 진행한다. 방한 관광객이 여행 상품을 살 때는 환전, 해외 결제 수수료, 여러 단계의 정산 절차가 발생한다. 외국인 특화 금융 경험을 가진 전북은행(JB금융지주(175330)), 기술 파트너 링네트와 함께 환전 절차를 줄이고 결제부터 파트너사 정산까지 연결하는 모델을 검증했다.

식신과는 짧은 시간에 소액 결제가 집중되는 환경을 검증하고 있다. 점심시간처럼 이용자가 몰리는 상황에서는 결제 승인과 자산 이동, 정산 정보가 안정적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시험 환경의 성능과 실제 서비스 환경의 안정성은 별개 문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용화 시 비토즈가 맡을 역할은.

"발행사가 아니라 인프라 제공자다. 발행 인가와 준비 자산 관리, 상환 청구권 보장은 인가받은 기관이 담당할 영역이다. 비토즈는 그 기관들이 자산을 발행하고 관리할 원장 인프라를 제공하고, 발행된 자산이 지갑과 결제 그리고 정산으로 연결되도록 지원한다. 여러 기관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행할 수 있는 만큼 특정 발행사에 종속되지 않는 공통 인프라를 지향한다.

규제 대응도 발행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통 과정에서도 거래 권한과 한도, 자산 동결 같은 통제가 작동해야 한다. 고객 확인과 위험 판단은 금융기관 시스템에서 수행하되 그 결과가 블록체인 거래에 반영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규제는 마지막에 통과할 관문이 아니라 첫 번째 설계 조건이다."

─비토즈의 향후 목표는.

"가상 자산이 실제 금융과 생활에서 쓰이는 인프라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청사진은 세 단계다. 먼저 결제와 정산이 필요한 기업에 인프라를 적용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검증한다. 다음은 파트너사가 결제 하나를 연동하는 데서 시작해 지갑과 자산 발행 지원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는 단계다. 마지막은 핵심 파트너 일부가 밸리데이터(Validator·검증인)로 참여해 네트워크 운영에 함께하는 생태계 단계다. 모두투어가 결제 검증을 거쳐 밸리데이터로 참여한 것이 그 사례다.

이 구조가 확산되면 서비스 간 울타리가 낮아진다. 여행사 포인트는 여행에만, 식권은 식당에서만 쓰이지만, 같은 인프라로 연결되면 여행에서 쌓인 것이 점심값이 될 수 있다. 발행은 은행처럼 엄격하게, 사용은 간편 결제처럼 쉽게 만드는 것이 비토즈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