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보험업계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화재, 사이버 공격, 시스템 장애 등 복합 위험에 대비하려는 AI 데이터센터 보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과 보험 요율 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6월 2035년까지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민관 합산 10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관련 보험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할수록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화재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4200억원에서 2028년 10조1900억원으로, 10년 만에 4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가입 금액이 훨씬 커질 수 있어 보험사로서는 새로운 대형 계약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보험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화재(000810)다. 삼성화재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하이테크 핵심 성장 분야로 보고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위험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해상(001450)과 한화손해보험(000370)도 내부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이미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보험 중개사 에이온(Aon)은 지난 4월 데이터센터 전용 통합 보험 프로그램의 보장 한도를 최대 35억달러로 확대했다. 건설 단계부터 장기 운영까지 아우르는 구조다. 삼성화재가 지분을 투자한 영국 캐노피우스도 데이터센터의 재난·해킹에 따른 가동 중단 손실을 보장하는 상품을 앞세워 사업을 넓히고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AI 데이터센터는 CPU 중심의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고성능 GPU를 대규모로 운용하고 데이터 집적도가 높아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최근에는 해외를 중심으로 단일 보험가액이 200억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도 등장하고 있어 보험업계의 인수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는 AI 데이터센터 사고 사례가 거의 없어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요율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진억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보험회사들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전 단계를 하나의 계약으로 보장하는 전용 프로그램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발표된 만큼 현행 화재보험의 데이터센터 업종 분류 기준과 전용 보험 인수 기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