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경쟁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각자 다른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단테 디스파르테 서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CBDC는 주로 국내 지급 결제 혁신을 위한 수단이고,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과 글로벌 금융망에서 활용되는 프로그래머블 화폐(조건 충족 시 자동 거래되는 디지털 화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카카오(035720) 그룹 및 토스와 결제 인프라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서클은 한국의 핀테크와 지급 결제 시스템을 높게 평가했다. 디스파르테 CSO는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매우 발전한 핀테크와 실시간 지급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CBDC가 현재 민간 금융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어떤 추가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테 디스파르테 서클 CSO./민서연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CBDC와 예금 토큰 등 디지털 화폐 실험에 속도를 내면서,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경쟁 관계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디스파르테 CSO는 그러나 미래의 디지털 금융시장에서는 CBDC, 은행 예금 토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각자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으로는 인터넷 기반의 개방성과 프로그래밍 기능을 꼽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고, 소액 단위로 나눠 실시간 결제에 활용할 수 있어 국경 간 지급 결제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 거래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디스파르테 CSO와의 일문일답.

―한국은행은 CBDC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관계인가.

"두 수단은 서로 다른 목적을 수행한다. CBDC는 기본적으로 국내 지급 결제 혁신을 위한 수단이다. 한국은 이미 핀테크와 지급 결제 시스템이 매우 발전해 있기 때문에, CBDC는 현재 민간 금융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가 중요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에서 직접 작동하는 디지털 화폐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설정할 수 있고, 다른 서비스와 레고 블록처럼 결합할 수 있으며, 1센트보다 작은 단위로도 나눌 수 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CBDC, 은행 예금 토큰, 민간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화폐가 함께 존재하고 서로 연결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CBDC가 있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 않다거나, 그 반대의 의견도 있다.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역할이 다르다. CBDC가 국내 공공 지급 결제 인프라의 혁신이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민간 금융 생태계를 글로벌 디지털 금융망에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은행의 통화 주권 목표와 한국인의 원화 표시 선호를 유지하면서 국내 은행과 핀테크, 개발자들이 모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원화가 달러나 다른 국제 통화와 함께 디지털 형태로 유통된다면 더 빠르고 저렴한 외환 거래, 국경 간 결제, 즉시 정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원화는 달러보다 국제적 활용도가 낮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충분하겠나.

"달러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는 글로벌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압도적인 유동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했다. 하지만 미래의 디지털 화폐 시장이 달러만으로 구성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국 정부가 자국 통화를 국제화하거나 디지털 경제에서 자국 통화의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한국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달러가 지배적인 디지털 통화가 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막는 것이 아니다. 자국 통화가 공공 또는 민간 형태로 디지털 네트워크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 국내 은행과 지급 결제 사업자들이 디지털 화폐를 원화로 바꾸거나 원화를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는 온·오프램프(현금·디지털 자산 간 전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나쁜 대응은 '디지털 화폐 방화벽'을 세우는 것이다. 국민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해외 디지털 경제를 선택할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척하기보다 국내 산업과 시장을 구축하고 현지화하는 것이 낫다."

단테 디스파르테 서클 CSO./민서연 기자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규제의 명확성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확인한 것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법적·규제적 확실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실제 서비스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스테이블코인을 연구하고 실험할 수는 있지만, 대규모 상용 서비스로 전환하려면 국회 입법과 규제 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 금융당국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했나.

"많은 정책 당국은 미국 지니어스법과 유럽 미카가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해한다. 한국 측 관계자들은 미국의 최근 규제 변화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 상황, 서클의 글로벌 사업 구조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이런 활동을 '규제 외교'라고 부른다. 단순히 사업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규제를 설계할 때 필요한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한국이 규제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규제가 경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촉진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미카 시행 이후 30개 이상의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규제를 받게 됐다. 미국에서도 지니어스법 제정 이후 다수의 기업이 은행 인가와 관련 면허를 신청했다.

또 소비자가 언제든 스테이블코인을 법정 화폐로 상환할 수 있어야 한다. 1달러나 1원을 넣었다면 언제든 같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준비자산과 투명성, 감사, 자금세탁방지 책임도 명확해야 한다. 신뢰는 선언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산과 규제 준수, 책임 구조로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 한국 핀테크들과 MOU를 맺었다. 향후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사용자는 블록체인을 직접 의식하지 않고 앱에서 즉시 송금하거나 결제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화폐의 활용은 크게 보내기, 쓰기, 저축하기, 안전하게 보관하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CBDC가 국내 공공 지급 결제 기반을 보완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송금과 결제,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나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며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