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보험사에 차량 5부제 특약을 신청했다. 이후 보험사로부터 "인증 방법을 준비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안내를 받았고, 이달 16일에는 7월 31일까지 인증 서비스 가입과 차량 연결을 완료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8일 뒤인 지난 24일, 조만간 특약이 종료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설치하고 인증을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못 한 채 끝나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대응책으로 도입한 차량 5부제 자동차보험 특약이 시행 약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차량 5부제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인증 시스템 구축 지연과 저조한 가입률로 정책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가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손해보험업계는 지난 27일 차량 5부제 특약 운영을 종료했다. 이달 1일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영 주차장 5부제가 해제된 데 따른 조치다. 특약에 가입한 계약자는 7월 26일까지의 참여 실적을 기준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차량 5부제 특약은 원유 수급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도입된 정책성 상품이다. 지정된 요일에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운전자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연 2%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손해보험업계는 5월 중 특약에 가입하더라도 4월부터 보험료 할인을 소급 적용하고, '주행 거리 특약'과의 중복 가입도 허용하는 등 가입자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가입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부터 6월 24일까지 손해보험사 10곳에 접수된 가입 신청은 20만5593건으로 전체 개인용 자동차 보험 계약의 1.1% 수준에 그쳤다. 실제 가입이 완료된 계약은 4만7522건으로, 전체의 0.25%에 불과했다.

낮은 참여율의 배경으로는 복잡한 인증 절차가 지목된다. 차량 5부제 특약은 지정된 요일에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돼야 해 가입자가 보험사 앱을 설치한 뒤 스마트폰과 차량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운행 정보를 인증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인증 시스템 구축이 늦어지면서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었고, A씨처럼 인증을 완료하지 못한 채 특약이 종료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차량 5부제 참여 시 자동차보험료는 2% 할인되는데, 연간 보험료 70만원 기준 할인액은 1만 4000원 수준이다. 특약이 약 3개월 만에 종료되면서 실제 적용되는 할인액은 몇 천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번거로운 인증 과정에 비해 체감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차량 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공교롭게 시스템을 갖추자마자 특약이 종료됐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준비에 들어간 비용이 그대로 매몰 비용이 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약 상품 설계와 시행 과정이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