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부터 우체국에서 시중은행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은행 대리업'이 시작된 가운데,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제휴 은행이 책임지되 우체국 과실이 인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은행과 우체국이 합의했다. 제도 도입 시기가 상반기에서 7월로 밀린 것도 은행권과 우체국이 책임 소재를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과 우체국은 은행 대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우선 제휴 은행이 지는 것으로 결정했다. 금융 사고 발생 시 은행이 고객에게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20일 오후 충남 청양군 청양읍 읍내리 청양우체국을 찾은 한 고객이 4대 은행 대출 상품을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우체국의 고의 또는 과실, 본 계약 위반, 관계 법령 위반, 업무 처리 기준 위반 등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제휴 은행은 우체국에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구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우체국 창구 직원이 불완전 판매로 대출 상품을 판매했을 경우 제휴 은행이 책임을 지고 우체국에 피해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스템 문제 등으로 고객이 피해를 입었다면 우체국과 제휴 은행은 각각 처리·통제하는 업무 범위에서 귀책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부담하기로 했다. 상대 기관의 업무 또는 시스템 문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업무 범위도 명확히 했다. 우체국은 본인 확인, 대출 신청 접수, 약정 지원 등의 업무만 담당한다. 고객이 신청한 대출 심사, 승인 여부, 적용 금리, 한도, 상환 조건, 기한의 이익 상실, 연체 관리, 대출 계약의 성립·유지에 관한 사항은 제휴 은행의 책임이다.

은행 대리업은 농어촌 지역 거주민이 우체국을 통해 4대 은행이 개인 신용 대출(새희망홀씨 포함)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고객은 해당 지역 총괄 우체국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은행별 대출 금리와 한도 등을 비교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은행권에선 금융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소재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과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월부터 은행 대리업 도입을 위한 실무 회의를 열었는데 금융 사고 책임 소재가 핵심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은행이 질지, 우정사업본부가 질지, 공동 책임으로 할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체국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은행권이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리업을 이용하는 고객이 대부분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상품 설명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나 착오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