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기업금융·전략(Corporate Finance & Strategy) 분야 전문가인 제임스 터커(James Tucker)는 기업 CFO가 AI 투자의 의사 결정권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CFO가 AI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성공 기준을 정의하며, AI가 실제 기업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AI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경쟁 우위는 더 뛰어난 AI 모델을 도입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AI를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데서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제임스 터커와의 일문일답.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기업금융·전략(Corporate Finance & Strategy) 분야 전문가인 제임스 터커(James Tucker). /BCG 제공

─AI 시대에 CFO의 역할이 왜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나.

"기업들은 처음에는 AI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고민했고, 이후에는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이제는 어떤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하는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자본과 인재, 경영진의 관심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배분해야 기업 가치가 가장 크게 높아질지를 최고경영자(CEO)와 투자자들이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AI 시대에 CFO는 의사 결정의 중심에 서게 된다. AI를 둘러싼 기대와 열기 속에서 실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를 구분해야 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CFO는 기술에 대한 기대와 주주 가치를 연결하는 가교로,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디에서 투자를 멈춰야 하는지까지 판단해야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AI를 통해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단순한 실험 단계에 머무는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기술 수준이 아니라 자본 배분과 실행 방식에 있다.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AI를 개별 파일럿 프로젝트의 집합이 아니라 기업 전략의 일부로 접근한다. 영향력이 큰 소수의 핵심 과제에 집중하고, 그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며 성과를 재무 지표로 측정한다.

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AI가 실제 사업 성과를 얼마나 바꿨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AI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BCG는 AI 시대 CFO를 'AI 가치의 설계자(Architect of AI Value)'라고 표현했다. 이는 실제 경영 현장에서 무엇을 의미하나.

"건축가는 완성된 건물을 검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AI 시대 CFO도 마찬가지다. CFO는 AI 투자 우선순위를 함께 결정하고, 성공 기준을 정의하며, AI가 실제 기업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무 조직은 운영 데이터와 재무 성과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기업의 '관제탑(Control Tower)'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경영진은 기회를 놓치기 전에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 AI 시대 CFO는 가치가 창출된 이후 이를 보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가 창출되도록 만드는 사람으로 진화해야 한다."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CEO와 CFO는 AI 투자 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을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보나.

"가장 흔한 실수는 AI ROI를 단일 투자 프로젝트의 수익률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AI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해야 한다. 일부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고, 다른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AI의 성과는 성장, 수익성, 회복 탄력성, 고객 경험, 미래 전략적 선택지까지 포함해 여러 차원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AI에 얼마를 투자했는지가 아니라, 그 투자가 앞으로의 실적과 현금 흐름 개선으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이다."

─AI 시대에 CFO는 어떻게 '과거를 설명하는 역할'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고 보나.

"AI는 재무 조직이 '다음에는 무엇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훨씬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실시간 운영 데이터와 예측 모델, 시나리오 분석을 결합하면 기존 보고 체계보다 몇 주 또는 몇 달 앞서 위험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뛰어난 CFO는 BCG가 말하는 'No Surprises Finance', 즉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CEO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재무 조직을 만들어낼 것이다."

─AI 시대에 성공적인 CFO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과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I 시대에 CFO가 반드시 데이터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가정을 검증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며, AI 투자에 대해 자신 있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이해도는 갖춰야 한다. 동시에 AI 전환은 결국 사람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 결정 방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CFO는 재무적 규율과 함께 호기심, 사업적 통찰, 그리고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재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춘 사람이다."

─기업들이 AI의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는.

"많은 기업은 여전히 AI를 비즈니스 혁신이 아니라 기술 프로젝트로 접근한다. 그 결과 실제 성과보다 활동 자체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구축한 모델 수나 교육을 받은 직원 수, 파일럿 프로젝트 개수는 관리하지만 AI가 실제 매출과 생산성,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실수는 각각의 AI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전체 AI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서로 어떤 시너지를 만드는지 봐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착각은 AI 기술만으로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중심으로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일하는 방식을 함께 바꿀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향후 12~24개월 동안 한국의 CEO와 CFO가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AI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책임(Accountability)과 경쟁 우위(Advantage)의 단계가 될 것이다. CEO와 CFO는 기업 차원의 AI 투자 포트폴리오를 명확히 구축하고, 일관된 가치 측정 기준을 마련하며, AI가 실제 사업 성과를 개선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AI 경쟁에서도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의 지속적인 경쟁 우위는 더 뛰어난 AI 모델을 도입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AI를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승자가 될 기업은 AI를 통해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였다는 것을 넘어, 고객과 임직원, 투자자들에게 기업 자체를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