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을 통해 사망보험금 300만원과 암 진단금 2000만원을 보장하는 보험료 월 5만원대 보험에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보장 내용이 유사한 타사 상품을 안내받았는데, 암 주요 치료비 특약이 추가된 월 8만원대 상품과 암 진단금 100만원만 보장하는 월 보험료 1420원짜리 상품이 각각 제시됐다. 보장 규모와 보험료 격차가 커 사실상 비교가 어려웠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보험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보험상품 비교설명'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보장 내용과 보험료가 크게 다른 상품을 유사 상품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소비자 판단을 오히려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과 업계는 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2017년 4월부터 GA가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3개 이상 보험사 동종·유사상품을 비교·설명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도록 하는 '보험상품 비교 설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보다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비교 대상 상품은 설계사가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신용정보원에 등록한 상품 분류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선정된다.

그래픽=챗GPT

그러나 실제 비교 설명서를 보면 가입하려는 상품과 비교 대상 상품 간 보장 구조와 보험료가 크게 달라 소비자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A씨 사례처럼 계약과 무관한 특약이 추가되거나 주된 보장 특약이 빠져 보험료 격차가 큰 상품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보험상품의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보험은 회사마다 주계약과 특약을 설계하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사의 건강보험은 사망보장을 주계약으로 두고 암 진단금 등을 특약으로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행 비교 시스템은 주계약을 기준으로 유사 상품을 분류하다 보니, 사망 보장만 비슷한 상품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암 관련 특약이 빠지거나 다른 특약 상품이 추가되면서 보험료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상품 비교·설명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분류 기준이 실제 가입 설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비교·설명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면서 "실제 가입 설계와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 상품끼리 비교가 이뤄져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 당국도 제도 한계를 인정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처럼 담보가 표준화된 상품과 달리 보장성 보험은 회사마다 구조가 달라 일률적 비교가 어렵다"면서 "기준을 지나치게 좁히면 비교 대상이 사라지고, 넓히면 유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시스템 개편 이후 업계 의견을 반영해 비교 기준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GA 업계도 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GA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대표 상품과 대표 연령 중심으로 비교가 이뤄져 실제 설계와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가입자의 연령과 조건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