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계 신용대출 잔액이 두 달 새 가파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추가 심사 없이 한도 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이 변수로 남아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신용 대출 잔액은 5월 말 106조5154억원, 6월 말 108조6704억원으로 두 달 연속 2조원 넘게 늘었다. 1~4월 104조원대에서 5월을 기점으로 상승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증가 속도는 이달 들어 더 빨라졌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가계 신용 대출은 1조3914억원이 늘어 잔액은 110조618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증가액으로 환산하면 5월 701억원, 6월 718억원, 7월 994억원으로 빨라졌다.

가계 신용 대출 잔액에는 마이너스 통장 사용액이 포함된다. 마이너스 통장은 이미 승인받은 한도 안에서 별도 신청 없이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다. 5대 은행의 평균 마이너스통장 한도 소진율은 지난해 6월 말 약 38%에서 지난달 말 45.8%로 1년 새 7.8%포인트(p) 올랐다.

은행권은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점을 마이너스통장 소진율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또 5월 27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를 자극하면서 증가세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올해 금융권 가계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5%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는데, 마이너스통장은 고객이 승인받은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사용할지 모른다는 게 변수다. 고객이 마이너스통장을 한도까지 다 사용하면 올해 대출 목표치를 조기에 채우게 돼 '대출 절벽' 현상이 빨리 올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은 이미 한도 승인이 나온 상품이라 은행이 인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은 제한하더라도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총량 규제의 변수가 될 수 있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