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도입하는 첨단기술 보험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재보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의 보험 가입 부담을 낮추고, 민간 보험사의 상품 공급을 유도해 초기 시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1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하는 첨단기술 보험은 로봇 등 첨단기술 제품의 개발·실증·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3자 피해를 보장하는 배상 책임 보험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판매한 제품이 고객 등 제3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보상해 주는 것이다. 어떤 산업을 첨단 기술로 지정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보험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험료 지원 비율은 50~80% 수준이 거론된다. 지원 비율과 보장 한도는 산업별 위험도와 사고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 M1이 비전인식 기반 AI 학습과정을 시연하고 있다./뉴스1

재보험을 통한 보험사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첨단 기술 분야는 사고 데이터가 부족해 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하기 어렵고, 재보험료도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떠안은 위험을 다른 보험사에 분산하는 제도로, 보험사 부담을 줄여 보험료를 낮추고 상품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중소·중견 선사의 선박보험 가입을 지원하기 위해 코리안리를 통해 재보험 상품을 출시했던 것처럼, 첨단 기술 보험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러 보험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보험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첨단 기술 보험 사업자를 선정하면 보험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하고, 선정된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보험을 인수하는 구조다. 여러 보험사가 위험을 나눠 부담하는 만큼 개별 보험사의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공동 인수 방식은 국가 기간 시설 보험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에서 내년부터 첨단 기술 보험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보험료 지원이나 재보험 체계 구축, 공동 인수 등 세부 사항은 손해보험협회와 기술보증보험 등 관계 기관과 세부 방안을 협의한 뒤, 관련 예산이 편성되면 내년 초부터 시범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요율 체계 마련이 시장 안착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첨단 기술 분야는 사고 사례가 많지 않아 적정 보험료를 산정할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시범 사업 과정에서 축적되는 사고 데이터를 보험개발원에 모아 보험 상품 개발과 요율 산정에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첨단 제품·서비스 보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초기 시장을 뒷받침하면 보험사들도 새로운 시장에 적극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시장이 자리 잡으려면 적정 보험요율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