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주최한 부동산 금융정책 토론회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특정 지역·계층에 특혜를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금융 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이주비 대출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현재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 40%를 적용한다. 현재 건설사와 정비업계는 이주비 대출 규제가 사업 추진을 지연시킨다며 규제 완화를 요청해 왔다.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대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이주비 대출 규제로 쾌적한 주거 환경 공급이라는 주택 정비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요원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책본부장은 "조합원에 대한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비 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에 큰 애로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이주비 부담은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되고, 이 분담금은 또 일반 분양가에 반영되는 상황이다. 결국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원장 삼프로TV 기자도 "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사업 승인과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고 착공할 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주비 대출을 제한하는 것이 어떤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가 특정 계층에 혜택을 줄 수 있고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란 금융 당국의 정책 목표에도 반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현재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에 이주비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6억원까지 해주고 있는데 더 해달라는 주장"이라며 "정부가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4월 1일에 발표했는데 이 원칙을 깰 만큼의 주장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고가 지역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는데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가보면 조합원들이 20~30%도 살지 않고 있다"며 "이분들의 이주를 걱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도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주장 이면에는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추가 분담금을 이주비로 충당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들었다"며 "건설사 수익을 위해 이주비 대출을 더 지원한다면 임시 거처 마련이라는 본래 취지와 벗어난 느낌이다"라고 했다. "차후 전략적으로 완화하더라도 당분간 이주비 대출 제한을 완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널 토론 이후 진행한 자유 토론에서도 이주비 대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백두진 서울시 부동산 금융 분석 팀장은 이주비 대출이 일부 계층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사업성이 좋지 않은 소규모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비를 앞둔 지역을 다 조사했는데, 이주비 대출 문제 때문에 이주가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분명히 있다"며 "강남이나 고가 주택이 있는 지역에서 이주비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대형 건설사들이 추가 이주비를 다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좋지 않은 소규모 지역에는 투자를 할 수 없다. (이주비 대출 문제로) 조합원의 이주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