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수요를 줄이기 위해 대출을 조이자 대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 직원은 최대 5억원까지 무이자 또는 저리로 회사에서 빌릴 수 있지만, 이런 사내 복지가 없는 대다수 직장인은 총량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대출도 신용이 좋은 대기업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사내 대출 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직접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저금리 사내 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주택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9일 가계 부채 점검회의에서 처음으로 기업에 사내 대출 자율 관리를 주문했다. 지난달 가계 대출이 8조3000억원 늘며 좀처럼 꺾이지 않자 관리 대상을 넓힌 것이다.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상담 창구 모습./뉴스1

당국이 대출 총량을 줄이자 금융권은 연체 가능성이 낮은 대기업·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1.8%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 말 기준 연체율이 대기업은 0.09%인 반면 중소기업은 0.73%로 8배 넘게 벌어진 탓이다.

중소기업은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을 찾고 있다. 올해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의 기업 대출금은 555조7227억원으로 최근 5년 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업 대출 금액은 대부분 중소기업 대출이다.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일부 기업은 복지 차원에서 사내 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무주택자 등에 최대 5억원을 연 1.5% 금리로 빌려준다. 전세 자금도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한다. SK하이닉스(000660)는 현재 최대 1억원(연 1.5%) 수준인데, 노동조합은 5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 중이다.

가상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무이자 사내 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다. 네이버(NAVER(035420))는 최대 2억원, 빗썸은 모두 2억원씩 대출한도에 대해 각각 1.5% 금리분에 대한 이자, 월 50만원까지 이자를 지원한다. 정부가 대출을 조이니 사내 대출이 최고의 복지 중 하나가 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총량이 제한되면 금융사는 신용이 좋고 담보가 확실한 쪽부터 대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