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이 아파트 잔금일인 직장인 윤 모(36)씨는 지난 9일 매도자에게 "아파트 잔금 날짜를 며칠만 미뤄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주 중 주거래 은행인 KB국민은행에서 4억원을 빌려 잔금을 치르려 했으나, 국민은행이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인 탓에 계획이 틀어졌다. 윤씨는 "급한 대로 다음 주 월요일까지 회사에 연차를 냈다. 여러 은행을 돌면서 어떻게든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을 포함해 전국에서 주택 구입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제한한다.
주요 은행은 금융 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 요구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775조9563억원으로 지난달 말 774조9608억원에서 약 일주일 만에 9955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에서 3억원 넘는 주담대를 받을 계획이었던 차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른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최근 주담대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MCI·MCG 신규 가입을 무기한 중단했고, 이번 달에는 주담대 접수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MCI와 MCG는 주담대를 받으면서 함께 가입하는 보증성 보험이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 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가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는 최대 5500만원, 경기도 아파트는 4800만원 정도 한도가 줄어든다.
향후 더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 전날 금융 당국과 주요 은행 관계자가 참석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당국 측은 "가계 대출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 건수는 2월 4만5483건에서 3월 5만6604건, 4월 5만3177건, 5월 5만1585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통상 매매 계약 체결 후 잔금 대출까지 2~3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8월까지는 대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