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권의 대출 총량을 줄이자 1금융권이 대기업 대출 문턱은 낮추고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에는 빗장을 걸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 대출 수요는 대출 이자가 높은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1.8%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 설치된 은행 ATM기. /뉴스1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전성 지표는 차이가 크다. 지난 5월 말 5대 은행 대출 연체율은 대기업이 0.09%, 중소기업이 0.73%로 8배 넘게 차이 난다.

1금융권이 막히자 중소기업 대출 수요는 2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Economic Statistics System)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의 기업 대출금은 555조7227억원이다. 이는 최근 5년간 분기 기준 최대 금액이다.

대기업은 주로 시중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2금융권은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업 대출 금액은 대부분이 중소기업 상대 대출이다.

연체율이 낮은 대기업 대출을 크게 늘린 주요 은행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이익(지배기업 주주 지분 기준)이 10조9359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0조3261억원 대비 6%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증가로 인한 이자 마진 상승, 반도체 기업 및 증권사 호실적에 따른 요구불 예금 증가, 증권 계열사 수익 급증 등이 순익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