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금융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대해 기관장을 분리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신복위와 서금원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서민 금융 정책 입법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신복위와 서금원 간 이해 상충 우려가 없도록 독립적인 기관장 선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서민금융진흥원 창구./김지호 기자

예정처는 "채무자와 금융회사 사이에서 채무 조정 중재를 담당하는 신복위의 역할과 서민 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서금원의 역할에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률이 정한 두 기관의 역할이 명확히 다른 상황에서 기관장 겸임이 곧 협력 체계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관장 겸임으로 각 기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물리적으로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금원장과 신복위원장 겸직에 따른 이해 상충 문제는 이미 2016년 입법 과정에서 제기돼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현재까지 두 기관장의 겸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예정처는 신복위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예정처는 법률에 근거한 신복위의 수입과 자산이 크게 늘고 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 공기업과 중복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복위는 금융회사 간 협약에 따라 출범한 기관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특수법인이다.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

금융위는 필요한 경우 신복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예정처는 "금융위는 2018년 12월 종합감사 이후 신복위에 대한 별도의 감사를 진행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신복위는 정부 재정 없이 자율 협약에 따라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공공기관 지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처는 이에 "법률에 따라 민간에서 설립된 협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서금원과 신복위의 권한은 이재명 정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서금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계정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금융권의 서금원 출연요율을 최대 3배 늘리는 법안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서금원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된다. 올해 은행권의 서금원 출연금은 3818억원으로 추산된다.

서금원과 신복위는 이재명 정부의 기본 금융 정책 입법에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금융 기본권'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금융 기본권은 취약 계층에 기본 채무 조정, 기본 대출, 기본 보험 등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김 원장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금융 기본권 연구단' 출범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