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경제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거점에선 모두 흑자를 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만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현지 은행 인수와 영업망 확대에도 부실 여신과 금융 사고, 규제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과 건전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해외 점포의 국가별 당기순이익을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53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금감원이 집계한 14개국 가운데 유일한 적자다. 미국(2억1700만달러), 홍콩(2억4300만달러), 일본(1억6400만달러), 영국(1억5800만달러) 등 주요국에선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동남아 6개국 전체로는 5억88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인도네시아만 성적이 크게 뒤처졌다.

그래픽=손민균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인도네시아 내 국내 은행 9개 해외 점포의 고정이하여신(NPL)은 8억2940만달러로 집계됐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 채권을 말한다. 전체 여신 대비 NPL 비율은 7.81%로, 해외 점포 평균(1.36%)의 약 6배에 달한다. 부실 채권 부담이 수익성을 짓누르는 구조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뒤 'KB뱅크'로 사명을 바꾸고 동남아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부실 여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KB인도네시아 법인 순손실은 2023년 1733억원에서 2024년 2410억원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도 68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5억원 순손실을 냈다.

우리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소다라은행 인수로 출범한 우리소다라은행은 한때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꼽혔지만, 지난해 1000억원대 신용장 사기와 연금 대출 부실이 겹치며 74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969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하나·신한은행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2007년), 신한은행(2012년) 등은 비교적 이른 시기 현지에 진출해 영업 기반을 다져왔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당기순이익은 2024년 165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늘었고,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KEB Hana)도 같은 기간 440억원에서 516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금융권에선 인도네시아 부진의 배경으로 구조적 요인을 지목한다. 외국계 은행이 현지 은행을 인수할 경우 우량 자산뿐 아니라 부실 자산까지 함께 떠안는 구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예상보다 많은 부실 자산을 떠안고,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흑자 전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지리적 특성과 정책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1만7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 외 지역 차주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든다. 일부 지역에선 관리 공백이 부실 여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 2024년 프라보워 정부 출범 이후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 관련 대출 참여 요구까지 제기되면서 외국계 은행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규제가 강해 외국계 은행들이 당국 기조를 예민하게 살필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격적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 안정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 기반이 약한 후발 주자일수록 어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