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등록 대부업체 4곳 중 1곳은 공유오피스를 사업장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저렴한 공유오피스를 임차해 손쉽게 대부업 등록증을 받고, 이를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넘기는 불법 영업이 늘면서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섰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전국 등록 대부업체 7478곳 중 23.6%(1763곳)가 공유오피스를 고정사업장으로 두고 있다. 특히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6468곳 중 26.1%(1685곳)가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둔 반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중개)업체는 1010곳 중 7.7%(78곳)만이 공유오피스를 이용해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뉴스1

이처럼 지자체 대부업체의 공유오피스 쏠림은 느슨한 등록 요건과 저렴한 임차 비용이 맞물린 결과다. 일부 공유오피스의 경우 6개월 임차료가 15만원 수준이다. 또한 금융위 등록은 유흥주점 겸업 금지 등 까다로운 자격 검증과 방대한 서류 구비가 필요해 심사가 보통 6개월가량 걸리지만, 지자체 등록은 최소한 요건만 갖추면 2주 만에 발급돼 상대적으로 쉽게 등록이 가능하다.

불법사금융업자는 이런 사각지대를 노려 대부업 등록증을 구매하거나 양도받아, 합법 업체로 위장해 고객을 모집하고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하는 고리대금을 수취하는 등 불법 거래를 이어갔다. 실제로 담당 감독자가 현장 실사에 나서면, 공유오피스로 등록한 대부업체 중 상당수는 현장에 등록증을 비치하지 않거나 상주 인원 없이 문이 닫혀 있는 유령 회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명의대여나 유령 영업이 의심되더라도, 현행 체제 내에선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업 감독 체계가 등록 방식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지자체로 이원화되어 있는 데다, 지자체의 경우 소수 인력이 수백 개의 업체를 전담해 상시 점검이 어렵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양 기관 특성상 명의대여나 실투자자 존재를 밝혀내기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서민층 자금 경색 등 부작용을 우려해 전면 허가제 전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부업은 2002년 제도권 흡수를 위해 규제 수준이 낮은 '등록제'로 출발했다. 이후 금융위 등록 제도를 신설하고 자본금 요건을 강화하는 등 단계적으로 기준을 높여온 만큼, 당장 허가제로 바꿀 경우 저신용자 대상 합법적인 대출 공급망이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위는 '공유오피스 차단'이라는 방안을 택했다. 금융위는 지난 2일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공유오피스나 주택 등을 고정사업장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부업 등록이 가능한 고정사업장은 다른 사업장과 명확히 구획되고 외부나 공용통로에서 직접 출입할 수 있는 별도의 출입문을 갖춰야 한다. 최소한의 공간적 실체를 확보하게 만들어, 등록증 양도를 통한 불법사금융의 진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현장에서 공유오피스 대부업체의 문제를 겪으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 온 지자체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당국과 지자체 안팎에서는 이번 고정사업장 기준 강화가 단속의 행정적 한계를 보완하고, 잠재적 불법사금융 피해 원인을 사전 차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