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으면서 금융 공공기관 총액 인건비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캠코가 총인건비 초과를 이유로 해당 지표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다른 금융 공공기관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금융 관련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을 받은 기관의 임직원은 성과급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 캠코는 전년도 평가에선 '양호(B)' 등급을 받았었다.
캠코는 중대재해 사고 발생, 채무 조정 대상자 국유재산 관리 부실 등의 문제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총액 인건비 운영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는 하위 직급 미승진자 누적 문제를 위해 자체 해소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경제부 승인을 받았는데, 평가단이 이 계획 때문에 총액 인건비를 초과했다며 해당 항목에 낮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이에 상급 단체인 금융산업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왜곡된 경영 평가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 총액인건비제"라며 "금융노조는 반복되는 비정상적 경영 평가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총액인건비제와 경영 평가 제도의 전면 개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총액인건비제는 정부가 공공기관별로 인건비 총액 한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기본급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을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 갈등은 기업은행(024110)의 직원 수당 미지급 문제로 본격화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회사가 총액인건비제를 이유로 830억원에 달하는 수당을 미지급했다며 지난해 총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기업은행이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번 캠코 경영 평가 등급 하락으로 갈등이 다시 번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이번 금융권 산별교섭에서 총액인건비제 개선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노조도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총액인건비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올렸다. 노조는 업무 강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총액 인건비 제도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안팎에선 연내 총액 인건비제 개선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형평성, 정년 연장 등의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연초 대통령 지시에도 정부가 마땅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걸 보면 대책 마련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노조가 연내 제도 개선 마련을 목표로 정부, 국회를 계속 설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