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년 만에 오른 자동차보험료가 내년에도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리비·정비 공임 등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교통사고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이른바 '8주룰' 도입마저 지연되고 있다.

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 5사의 올해 1~5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4.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포인트(p) 상승했다. 손해율은 사고 보상금 총액을 보험료 수입으로 나눈 비율로, 통상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를 넘기면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급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왼쪽)·하행선 방향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뉴스1

수익성 악화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708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손실 규모가 6983억원 불어났다. 매출액은 20조2890억원으로 1.8% 줄어든 반면, 손해액은 3643억원 증가했다.

업계는 올해 손해율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비수가가 올해부터 2.7% 인상되고 최저임금도 2.9%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차량 고급화와 전기차 확산으로 부품비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은 업계 평균 1%대 초반에 그쳤다.

8주룰 시행 지연도 부담이다. 이 제도는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외부 전문의가 치료 필요성을 재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초 올해 초 시행이 예상됐지만 한의업계 등의 반발로 도입이 늦어지면서 손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내년에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보험료는 2022년부터 꾸준히 인하되다가 올해 인상됐는데, 금융 당국과 인상률을 협의할 당시 8주룰 시행을 전제로 인상 폭을 1%대 초반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8주룰 시행 지연으로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라 도입된 '차량 5부제 특약'으로 최대 2% 보험료 환급이 추진되면서 인상 효과도 상당 부분 상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부품비, 정비 공임, 인건비 등 원가 영향을 크게 받는데 올해는 손해율 개선을 기대했던 제도 시행까지 늦어지고 있다"면서 "현 추세가 이어지면 보험료 인상 요인이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