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취임한 고영철 신용협동중앙회(신협) 회장이 선거 과정에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을 어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신협 안팎에서 중도 사임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비리 의혹이 불거진 신협 회장 중 일부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 회장을 수사하던 대전 둔산경찰서는 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7월 6일에 만료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서둘러 왔다. 위탁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선거일로부터 6개월인데, 고 회장이 당선된 선거는 지난 1월 7일 치러졌다.
위탁선거법 사건은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위탁선거법 제71조에 따르면 위탁선거법 위반자와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위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부는 기소일로부터 6개월 안에 1심을, 각각 3개월 안에 2·3심을 끝내야 한다. 각 재판 사이에 항소장 접수, 재판부 배정 등 기간을 포함하면 1~3심까지 1년 조금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협 노동조합은 고 회장이 위탁선거법 제24조2항(사전선거운동), 제38조(호별방문 등의 제한)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고 회장이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시점에 투표권을 가진 단위 조합 이사장을 만나 지지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고 회장이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신협법과 정관 등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 자격 상실 및 정지형이 확정된 사람은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절차상 고 회장이 항소·상고를 포기하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신협 내부에서는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고 회장이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중앙회 이사회, 대의원회 등 임원들과 조합 이사장들이 등을 돌리고 여론이 악화되면 (고 회장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비리 의혹으로 중도 사임한 신협 회장들은 재판에 넘겨지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1999년 황창규 전 회장은 대출금 횡령 혐의로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던 중 사임했다. 2002년에는 박진우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횡령 등 혐의로 금감원 검사를 받던 중 회장직을 내려놨다.
신협 측은 고 회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부 임원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협 내부 관계자는 "아직 전체적으로 (조직 내 분위기가) 조용하다. 다들 기소 여부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