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생명보험사가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 투자로 수조 원대 평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보험사는 일찌감치 벤처 투자에 나선 반면 국내 보험사는 여전히 채권 중심 운용에 머물러 혁신 기업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본생명보험은 10여 년 전부터 벤처캐피털(VC) 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우주산업은 지금처럼 유망 투자처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해당 펀드의 보유 지분 가치가 크게 뛰었다. 일본생명이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평가 이익은 최대 5000억엔(약 4조76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스페이스X 캡처

일본 보험사들이 스페이스X 같은 혁신 기업에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대체 투자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초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자 벤처 투자와 사모펀드(PE) 투자 비율을 꾸준히 늘렸고, 자체 VC 설립과 해외 VC 펀드 출자를 통해 투자 기회를 발굴해 왔다. 2012년 외화 자산 투자 한도 규제가 폐지되면서 해외 투자도 한층 활발해졌다.

반면 국내 보험사 중에는 스페이스X와 같은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초기 투자해 대규모 수익을 거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보험사도 벤처 펀드 출자와 스타트업 투자를 해왔지만, 상당수가 계열 펀드나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 기술), 헬스케어 등 본업 연계 분야에 집중됐다. 해외 VC 투자 사례도 있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고, 스페이스X와 같은 글로벌 혁신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국내 보험사는 오랫동안 채권 중심의 안정적인 운용 전략을 유지해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업권 전체 운용 자산은 1292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채권 비율이 42.6%로 가장 높다. 주식 비중은 9.5% 수준이고, 이마저도 상당 부분이 대형 우량주에 투자돼 있다. 비상장 혁신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사례가 드문 이유다.

대체투자 역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등 안정 자산에 집중됐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보험사의 대체투자 비중을 운용자산의 약 13%로 추정하고 있다. 대체투자에는 VC와 PE 투자도 포함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보험사 자금이 주로 부동산·인프라 등에 집중돼 있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적 제약도 있다. 2023년 도입된 새 지급여력제도(K-ICS)는 비상장주식에 49%의 위험계수를 적용하고 있다. 상장주식(35%)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험사가 비상장 투자 비중을 늘릴수록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보험사의 벤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적격 벤처 투자에 한해 위험 계수를 49%에서 35%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비상장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가 고객으로 받은 보험료는 언젠가 돌려줘야 할 돈이라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안정성을 담보해야 해 과거부터 보수적인 운용을 해왔다"면서 "다만 최근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위험 요인)를 관리하는 범위에서 투자 다변화를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