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 부실 여신 규모가 18조원에 육박하면서 이를 매각하는 부실채권(NPL)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NPL 투자사들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 담보 처분과 채권 회수가 지연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 여신(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가능한 여신)은 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3월 말(18조5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부실 여신은 2022년 9월 말 9조7000억원까지 줄었다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 시내에 있는 시중은행 ATM기기./뉴스1

은행들은 부실 여신을 직접 회수하기보다 NPL 투자사에 매각해 정리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부실 여신 정리 규모는 2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매각 비율은 36.7%로 가장 높았다. 은행권의 연간 NPL 매각 규모는 2022년 2조원대에서 지난해 8조원대로 급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부실채권 매각이 늘어날수록 NPL 투자사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이들은 은행에서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한 뒤 담보 처분 등으로 채권을 회수해 수익을 내는데, 공급이 늘면 매입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NPL 업계 상위 3사인 유암코·대신F&I·하나F&I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6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유암코와 대신F&I는 순이익이 각각 52.5%, 49.7% 늘었다. 하나F&I는 지난해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와 금융자산 관련 손실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39.9% 감소했다.

다만 경기 둔화로 공장·상가 거래가 위축돼 담보 처분과 채권 회수가 지연되면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주요 NPL 투자사 5곳의 평균 레버리지 배율(총자산÷자기자본)은 2022년 2.6배에서 지난해 9월 말 4.5배로 높아졌다. 통상 NPL 투자사들은 레버리지 배율을 5배 미만으로 관리하는데, 부실채권 매입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차입 부담이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각이 늘면서 NPL 투자사의 투자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며 "다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채권 회수 기간이 길어져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