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최근 실시한 외환공동검사에서 글로벌 수탁은행 한 곳의 시장 교란 의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고객의 대규모 달러 매수 주문 정보를 활용해 선행 매매를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과 금감원은 주요 외국계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검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7일 시작된 이번 검사는 은행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외국환 시세를 변동·고정시키는 등 시장교란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6곳이 대상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수탁은행 한 곳의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있다. /뉴스

글로벌 수탁은행은 해외 기관투자가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 과정에서 자산 보관, 결제, 환전 등을 맡는 역할을 한다. 당국은 이 은행이 고객의 대규모 달러 매수 주문을 사전에 인지하고 자체 자금으로 달러를 먼저 매입한 뒤, 고객 주문을 체결하면서 환율이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거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선행 매매는 외국환거래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은행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외환 시세를 변동·고정시키는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행위에 가담한 개인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기관에는 위반 정도에 따라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서울 외환시장 행동규범(FX Global Code)은 고객에게 불리한 가격 형성을 목적으로 한 일방향 거래 등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추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해당 거래가 통상적인 트레이딩 전략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환전 규모가 크면 거래를 여러 차례로 나누거나 시점을 늦춰 진행하기도 한다"며 실제 거래 경위와 의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시장 특성상 외국계 은행의 유동성 공급 역할이 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글로벌 수탁은행 역시 "시장 루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