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에 기업이 성공하려면 투자 책임이 최고경영자(CEO)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보다 조직 전체에 분산돼야 한다고 했다. CEO가 비전 제시와 성과 창출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고, 경영진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도입하며, 이사회는 그 과정을 감시·검증하는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또 AI 의사 결정 주기를 단축하고, CEO 책임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BCG의 알페시 샤(Alpesh Shah), 제프 월터스(Jeff Walters) 매니징 디렉터 겸 시니어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CEO와 이사회가 AI의 중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실행 단계에서는 왜 이렇게 큰 간극이 발생한다고 보나.
"CEO와 이사회는 AI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AI가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와 실행 속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있다. 일부 CEO는 이사회가 AI의 잠재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성장 전략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또 이사회는 기업이 AI 전환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과 기대 차이는 AI가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낳고, 실행 과정에서 간극을 키우며 빠른 AI 도입과 적절한 감독 사이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EO와 이사회가 AI를 같은 언어로 논의해야 한다."
─CEO는 AI 투자 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을 어떤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며, 이사회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CEO는 AI를 기업 전략 안에 내재화해야 한다. 수백 개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 가치 창출 효과가 큰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BCG는 AI 가치 극대화 방식을 생산성을 높이는 '도입(Deploy)', 업무 흐름을 바꾸는 '재설계(Reshape)', 새로운 제품과 사업 모델을 만드는 '창조(Invent)'로 구분한다.
이사회 역시 AI를 자본 투자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AI가 실제로 불필요한 일을 줄였는지, 조직 단계를 간소화했는지, 고객 여정을 개선했는지,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AI 시대에 '좋은 이사회'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AI 이해도는 이제 이사회 구성원의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좋은 이사회는 단순히 리스크(위험 요인)와 재무 성과를 감독하는 역할을 넘어 CEO의 AI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을 검증하고 중요한 선택의 장단점을 함께 따져보는 사고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 또 AI가 운영 전반에 더 깊이 들어가고 규제가 강화될수록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거버넌스, 규제 대응 등 AI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는 이사회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업 변혁 과제가 되면서 CEO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AI 시대에 CEO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십 역량은 무엇인가.
"CEO는 AI를 활용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 도입보다 업무와 사업을 재설계하고 새로운 AI 기반 제품과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CEO는 장기적 판단과 단기 성과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AI 시대에 CEO, 이사회, 경영진 간 역할 분담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AI가 성공하려면 책임이 CEO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보다 조직 전체에 분산돼야 한다. CEO는 비전과 성과를 책임지고 경영진은 실행과 도입을 맡으며, 이사회는 감독과 검증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중요한 점은 CEO가 반드시 기술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술적 배경을 가진 공동 CEO 체제를 두거나 강력한 최고기술책임자(CTO) 또는 최고 AI 책임자(CAIO)가 CEO의 AI 전략과 전환 여정을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AI 전환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리더십 사각지대는.
"가장 흔한 실수는 AI 도입 자체를 전환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사 결정 권한과 인센티브 구조까지 바뀌어야 한다.
또 AI를 기술 투자로만 보고 데이터 기반과 운영 모델, 인력 역량 강화까지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초기 성과가 나오면 리더들이 전환이 완료되기 전에 투자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AI 준비를 단순한 인사(HR) 과제로 보는 것 역시 대표적인 리더십 사각지대다."
─기업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AI 거버넌스의 기본 요소는.
"우선 가치 책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재무와 기술, 운영, 인사, 리스크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전환 조직을 만들고 손익과 연결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 성과 지표)와 책임을 인센티브에 반영해야 한다. 그다음은 자본 규율이다. 추가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운영 개선이 실제 재무 성과로 전환되는지 확인하는 의사 결정 체계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뒷받침하는 것은 이사회의 실질적인 AI 이해도다. 한국 기업의 경우 AI 기본법 시행에 맞춰 규제를 사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처음부터 내재화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CEO와 이사회가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AI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어떤 의사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하나.
"중요한 것은 투자 속도가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제 우선순위는 AI를 실제 업무 흐름 안에서 산업화하는 것이다. 흩어진 파일럿 프로젝트를 늘리기보다 손익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3개의 핵심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올해 AI 직접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두 가지 변화는 필수적이다. 첫째, AI 의사 결정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 한국식 합의 중심 거버넌스는 장기 과제에는 강점이지만 AI의 속도에는 한계가 될 수 있다. 둘째, CEO 책임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 손익과 연결된 지표를 설정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책임 없는 소유권은 직함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