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한 대부계약을 전면 무효로 하고 채권자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불법 고금리 대출의 경제적 유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불법사금융 수요를 줄이려면 제도권 금융의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연 60%를 초과하는 대출은 반사회적 계약으로 보고 원금과 이자를 모두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연 20~60% 구간은 원금과 최고금리 범위 내 이자는 청구할 수 있다.
김 의원 측은 현행 제도로는 피해자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법적으로는 연 20% 초과 이자를 수취할 수 없지만,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적발되지 않으면 불법 대출이 사실상 유지되는 만큼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 법적 구제 수단을 강화하고, 불법 대출의 경제적 유인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의원실 관계자는 "원금까지 회수할 수 없도록 해야 불법 대부업자의 고금리 계약 유인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이번 개정안이 불법 사금융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불법 대부업자에게 '적발돼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면서 "대부 계약 무효 기준을 법정 최고 금리 수준으로 낮추면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상당수가 은행·저축은행·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저신용 차주인 만큼, 처벌 강화만으로 이들을 합법 시장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권에서 밀려난 수요가 불법 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제도권'으로 꼽히는 대부업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는 캐피털사·저축은행 등에서 연 7~8%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해 10%대로 대출한다. 일부 우수 업체는 은행 차입이 허용되지만 규모는 제한적이다. 조달 금리가 높은 데다 부실 위험이 커 금리를 낮추거나 저신용자 대출 한도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피해자 권리 구제 장치 강화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차주들이 합법적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급 기반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 대부업체의 은행 차입 한도를 확대해 조달 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