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에 가상 자산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희진·희문 형제와 업비트가 코인 상장 청탁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희진 씨는 업비트 임원에게 코인 상장을 청탁했다고 주장하지만, 업비트는 과거 경찰과 검찰의 두 차례 상장 청탁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23일 가상 자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인 A씨는 지난달 13일 이씨 형제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씨 형제가 업비트 상장 과정에서 피카(PICA) 코인의 유통 계획과 운영자 등을 허위로 적은 자료를 제출해 업비트의 상장 심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2024년 2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희진씨가 2023년 9월 미술품 조각투자 피카(PICA) 코인 등 3개 코인 관련 사기·배임 혐의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씨 형제 측 변호인은 피카 코인이 이씨 형제와 연관된 것을 업비트가 사전에 알았기 때문에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변호인 측이 내세운 증거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A씨와 이희진 씨가 만난 사실과 이희진 씨가 동생에게 "A 사장이랑 통화했고 원상(원화 상장) 해준대"라고 보낸 카카오톡 내용이다.

A씨와 이희진 씨는 과거 증권 설루션 기업 퓨쳐위즈(Futurewiz)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후 이희진 씨는 1000억원대 주식 사기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만기 출소한 뒤 2020년 7월 A씨를 호텔로 불렀다.

A씨는 재판에서 "이희진 씨가 개과천선했다고 해서 과거 인연으로 (호텔에서) 만난 것"이라며 "이씨 형제가 피카 코인 배후에 있는지 몰랐고 특정 코인에 대한 상장 청탁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실제 피카 코인은 업비트에서 원화(KRW) 시장에 상장되지 않았다. 이씨 변호인 측이 제시한 카카오톡 내용도 검찰 측과 사전에 협의가 안 됐고,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1년 경찰로부터 피카 거래 지원 관련 금품 수수 혐의로 조사받았고 무혐의로 종결됐다. 2023년에는 서울 남부지검이 피카 코인 등 상장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5대 거래소를 조사했고, 두나무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이희진 씨가 과거 무혐의 처분이 난 사안을 다시 부각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씨는 피카 코인 개발자에게 약 18억8000만원을 정산하지 않은 혐의로 작년 5월 피소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씨가 정산금을 주지 않기 위해 업비트 등에 상장피(거래소에 상장하는 대가로 주는 돈)를 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발행된 피카 코인은 이듬해 1월 업비트 비트코인(BTC) 마켓에 상장됐고, 유통량 허위 공시 사유로 같은 해 6월 상장 폐지됐다. 피카 코인 재단은 상폐 결정을 불복해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씨 형제는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24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씨 형제가 피카 등 '스캠 코인(Scam Coin·사기성 가상 자산)' 3개의 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 조종 등을 통해 총 897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2023년 10월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