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면서 실손보험금 지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허위 입원, 진료기록 조작, 이른바 '페이백' 등 각종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으면서 보험금 누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기는 의료비 과다 청구를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수는 줄고 있지만, 이들 병원 환자에게 지급되는 실손보험금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2020년 1584개에서 2024년 1382개로 1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요양병원 환자 대상 월평균 실손보험금은 생명보험 33%, 손해보험 27% 각각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보험업계는 보험금 증가 배경으로 요양병원을 둘러싼 조직적 보험사기를 지목한다. 금융감독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사기관이 적발한 사례를 보면 병원 관계자와 브로커가 공모해 환자에게 허위 입원을 알선하거나 보험금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은 '페이백'이다. 병원이 주사제나 도수치료, 식대 등의 비용을 부풀린 영수증을 발급하면, 환자는 실제보다 비싼 의료비를 병원에 낸 뒤 실손보험금을 청구한다. 이후 병원은 환자에게 의료비 일부를 현금이나 상품권, 건강기능식품·미용제품 등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환자는 실손보험금으로 부담을 메우고, 병원은 부풀린 진료비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불법 의료기관인 '사무장 요양병원' 문제도 여전하다. 비(非)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 병원은 요양급여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속여 급여비를 청구하거나, 진료기록을 조작하고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실손보험금을 타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입원하지 않은 환자의 기록을 만들어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도 적발됐다.

이 같은 보험사기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불필요한 입원과 장기 입원이 늘면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101%로, 2024년(99.3%)보다 상승하며 다시 100%를 넘어섰다. 경과손해율은 보험금 지급액을 보험료 수익으로 나눈 지표로, 100%를 넘으면 보험료보다 지급액이 많다는 의미다.

그래픽=손민균

보험사기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준다. 허위·과잉 입원이나 진료기록 조작이 이뤄지면 실손보험금뿐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비까지 함께 청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사무장병원 사건에서는 민영보험과 건강보험 재정을 동시에 편취한 경우가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적발 이후에도 피해 회복은 쉽지 않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 가운데 실제 환수 비율은 2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폐업이나 재산 은닉 등으로 상당액이 회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그 부담은 건강보험 가입자와 실손보험 가입자 전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병원 보험사기는 민영보험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면서 "허위 입원과 페이백, 사무장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