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일부 시중은행이 하반기 집단대출(잔금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잔금대출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지켜본 뒤 하반기 잔금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잔금대출을 계속 취급하더라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최근 주담대 증가세를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견인하면서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스1

집단대출은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집단으로 나가는 대출이다. 분양 시점에 받는 중도금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 등으로 나뉜다.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이 연초에 정한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곧 잔금대출 일시 중단을 결정할 계획이다. 연말에 목표치를 초과하는 은행들은 내년에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새로 설정할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

잔금 대출은 대단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면 대출 총량을 줄이는 데 용이하다.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 집단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올해 1분기엔 전체 주담대 감소 효과를 봤다. 그러나 연초 늘어난 잔금 대출 수요가 2분기에 반영되면서 주담대 증가로 이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이달 18일 기준 546조3051억원으로, 두 달 전보다 4조5210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대단지 입주 잔금 대출 계약이 2분기에 실행되면서 주담대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하반기 잔금 대출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상호금융권이 집단 대출을 중단한 상황이라 대출 수요가 시중은행으로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은 가계 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집단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집단 대출이 중단되면 하반기 아파트 입주를 앞둔 차주들은 대출 절벽 현상이 우려된다. 일부 분양 단지에선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차주가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아파트 단지 입주율은 55.8%로 집계됐다. 아파트 미입주의 가장 큰 원인은 잔금 대출 미확보(40.8%)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도록 금융 당국도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