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 1순위로 꼽히던 미국 시장에서 보험사별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화재(000810)와 KB손해보험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에 나선 반면, DB손해보험(005830)현대해상(001450)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입지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미국에 보험사 지점 또는 법인을 둔 국내 보험사는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이다. 이들은 미국에 법인·지점 총 10곳을 두고 있다. 2018년(9곳)과 비교해 한 곳 늘어나는 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사옥 전경. /각사 제공

삼성화재는 1990년에 뉴저지 지점을 설립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현지 보험 영업을 확대했지만 손실이 누적되면서 2017년 보험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기며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현재는 뉴욕·뉴저지 법인을 통해 삼성 계열사와 국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업보험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미국 사업을 사실상 정리했다. 1990년 뉴욕에 지점을 열면서 첫발을 디뎠지만, 손해율 급등 등으로 2022년 7월 이사회에서 미국 법인 철수를 결정했다. 같은 해 10월 신규 영업을 중단했고, 12월에는 갱신 영업도 중단했다. 남아 있던 계약은 지난해 9월 외국계 재보험사로 모두 이관했다. 현재 법인은 라이선스 반납 절차만 남아 있는 상태로, 현지 영업은 전면 종료됐다.

DB손해보험은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84년 괌 지점을 시작으로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캘리포니아에 미주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상업용 패키지보험과 주택화재보험, 상업용 자동차보험 등을 중심으로 현지 영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지난해 미국 수입보험료는 8000억원을 넘어섰다.

DB손보는 지난해 미국 특수보험사 포테그라(Fortegra) 지분 100%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포테그라는 특종보험(손해보험 중 화재·해상·자동차 등을 제외한 보험)과 보증보험에 강점을 지닌 회사로, 인수가 완료되면 DB손보의 해외 사업 비율은 현재 3~5% 수준에서 20~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해상도 미국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1994년 설립한 미국 지점을 기반으로 뉴저지를 거점 삼아 한국계 기업 대상 기업보험을 강화하는 한편, 2012년 뉴욕주에서 주택 종합보험 판매를 시작하며 개인보험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후 뉴저지,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으로 영업 지역을 넓혔고, 2022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상업용 자동차보험도 출시했다. 지난해 미국 수입 보험료는 약 2887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규제와 경쟁 강도가 높아 국내 보험사들이 안착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면서 "DB손보와 현대해상은 각각 인수·합병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사업 확대에 나선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