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랜섬웨어 등 사이버 위협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정부 부처와 국가보안시설이 사이버 테러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말 '손해보험 공동인수 특별협정'을 개정하고 국가보안시설 공동인수 대상 보험에 사이버보험과 배상책임보험을 추가했다. 이 협정은 1977년 10개 손해보험사와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체결한 것으로,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쳐 유지되고 있다.

국회 전경. /뉴스1

공동인수는 개별 보험사가 단독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위험을 여러 보험사가 나눠 인수하는 제도다. 국가보안시설은 보안상 이유로 시설 현황과 위험 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워, 그동안 한국화재보험협회를 중심으로 공동인수 체계가 운영돼 왔다. 대상은 국회·국방부·방위사업청·국가정보원·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처·경찰청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기관의 건물과 군수물자다.

기존에는 화재보험, 재산종합보험, 운송보험 등 물리적 손해 보장에 공동인수가 집중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사이버 보험이 포함되면서 해킹, 랜섬웨어, 개인 정보 유출 등 사이버 사고로 인한 피해와 사고 대응 비용까지 보장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배상책임보험도 추가돼 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3자 피해에 대한 책임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가 중요 시설은 보안 특성상 개별 보험사가 단독으로 위험을 평가·인수하기 어렵다"면서 "사이버보험과 배상책임보험을 공동인수 대상에 포함한 것은 국가 시설 보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이버 공격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KT(030200), SK텔레콤(017670), 예스24(053280) 등에서도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에서는 사이버 보험 가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사이버 보험 계약 건수는 1년 전보다 42% 급증한 7683건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은 해킹 위협에 주시하며 추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최근 5대 금융지주와의 간담회에서 "스스로 해킹을 기획·실행하는 AI가 새로운 금융권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