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의 '원앱(One App)'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계열사별로 흩어진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묶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KB금융(105560)과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선제적으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가운데, 신한지주(055550)와 삼성 금융 계열사도 잇따라 서비스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오는 17일 '신한 SOL뱅크'를 기반으로 한 새 '슈퍼SOL'을 출시한다. 주요 금융 계열사의 기능을 합친 애플리케이션(앱)을 별도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용 빈도가 높은 은행 앱에 카드·증권·보험 등 주요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존 슈퍼SOL의 한계를 반영한 전략 수정으로 풀이된다. 신한지주는 2023년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한데 모은 별도 앱 '슈퍼SOL'을 선보였지만, 실제 금융거래를 위해서는 다시 계열사 앱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용자 반응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슈퍼SOL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s)는 184만명에 그친 반면, 신한 SOL뱅크와 SOL페이는 각각 약 1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에 신한지주는 별도 슈퍼앱을 키우기보다 고객 접점이 가장 큰 SOL뱅크를 중심으로 원앱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도 통합 플랫폼 '모니모'를 개편한다. 삼성카드(029780),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는 오는 28일 자체 앱을 종료하고 주요 기능을 모니모로 이관할 예정이다. 통합 앱에서는 계열사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고 그룹 내에서 사용 가능한 선불 충전 포인트 '모니머니' 등을 제공한다.
KB금융은 2021년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계열사 서비스를 연계하며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난해 말 기준 MAU는 1416만명으로 시중은행 앱 가운데 가장 많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2024년 '우리WON뱅킹'을 그룹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해 은행·카드·증권·캐피탈 서비스를 통합했다.
금융사가 원앱 전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객 편의성과 체류 시간 확대에 있다.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앱을 운영하면서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은행 업무를 위해 접속한 고객에게 카드·보험·투자 상품을 노출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앱에 여러 기능을 넣으면 용량이 커져 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용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