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회사가 세제 혜택을 받은 연체채권에 대해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며 장기간 추심을 이어가는 관행에 제동을 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정안은 오는 7월까지 개정 절차를 마친 뒤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금융감독원 제공

현행 제도상 금융회사는 개인 연체채권을 회수가 어려운 채권으로 분류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세법상 손실(대손)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세제 혜택을 받은 이후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채권 회수와 추심을 계속할 수 있어 논란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는 시점에 시효를 완성하도록 했다.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경우 통상 연체 발생 후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도래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이미 손실 처리한 채권에 대해 기계적으로 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이 줄어들고, 장기 연체채권 정리도 촉진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이다. 금융당국은 운영 성과를 살펴본 뒤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 절차로 인해 법적으로 시효가 중단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나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시효 연장이 허용된다.

채권 매각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회사가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받은 채권을 매각할 경우, 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 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또 원채권 금융회사는 양수인이 해당 의무를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 매각 현황, 시효 완성 실적을 공개하는 공시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제도 개선은 금융회사의 반복적·기계적 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고 연체채권의 적극적 정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체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지속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