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에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급증하면서 금융권의 신용대출 잔액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달 들어 개인 신용대출 잔액 증가 폭은 사흘 만에 1조원에 육박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권 신용대출은 지난해 11월 1조원 증가한 뒤 12월 2조5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이후 올해 ▲1월(-1조1000억원) ▲2월(-1조원) ▲3월(-2000억원) ▲4월(-8000억원)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한 지난달 빚투 수요가 급증했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102조8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달에도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9894억원 증가했다. 단 3영업일 만에 증가 폭이 1조원 가까이 육박한 것이다.
대표적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38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소폭 줄었으나, 지난 4일 기준 37조7400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 시 필요한 자금을 증권회사로부터 빌리는 돈이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한다는 기조로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빚투가 신용대출 급증으로 이어지자, 관리 방안 모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당국이 추가 규제를 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작년 6·27 규제 당시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다.
여기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시행으로 최소 1.5%의 가산금리도 부과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한도가 그만큼 줄어든다.
고금리 현상도 추가 규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82%로, 약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마쳤다.
금융 당국은 빚투 수요를 부추길만한 과열 요인을 집중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지난 5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금융감독원도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판매한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및 허위·과장광고 여부를 단속하기 위해 점검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