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법무법인(로펌)으로 이직하는 퇴직 임직원이 늘고 있다. 금융 당국의 징계와 과징금 등에 대응하는 대형 금융사들이 로펌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금감원 임직원의 이직 수요도 증가하는 것이다. 로펌으로 간 금감원 임직원은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 금감원 내부에서는 임직원의 로펌행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 취업 심사 대상에 오른 금감원 퇴직자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으로 이직하려던 팀장급 직원이 보류 판정을 받았다.
국가·지방자치단체 정무직 공무원과 공직 유관 단체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 제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재직 시 담당했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곳으로 이직할 수 없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이 기준을 적용받는다.
최근 윤리위는 금감원의 업무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취업 심사를 엄격히 적용하는 편이다. 지난달엔 쿠팡으로 이직하려던 금감원 직원 2명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금감원 직원의 로펌행은 금감원 권한·위상 강화와 맞물려 증가했다. 2016년 1건에 불과했던 금감원 직원의 로펌 재취업은 이복현 전 원장 시절이었던 2022~2023년 각각 14건으로 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 전 원장은 금융 정책 전반에 관여하며 금감원 위상을 확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이찬진 현 금감원장이 취임한 2025년에도 임직원의 로펌행이 10건에 달했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법무법인 김앤장에 재취업한 공직자 75명 가운데 금감원 출신이 23명으로 가장 많다.
금감원 출신들은 로펌에서 규제 대응, 소송 전략 구축, 내부 통제 설계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전관(前官)으로서 현직 금감원 직원을 통해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로펌으로 이직한 전직 임직원의 민원 전화가 계속되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관예우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 이런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감원 직원은 "과거엔 퇴직한 선배들이 잘돼야 현직들이 갈 자리가 생긴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요즘엔 로펌이나 금융사에 금감원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퇴직자가 너무 많아 모두 대응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업무를 방해하는 수준의 퇴직자 대관 업무는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