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 화폐나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코인) 시장 규모가 영국과 캐나다 등 일부 금융 선진국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넘어섰다. 디지털 화폐가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9일 탈중앙화 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통계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3102억달러(약 465조원) 수준이다. 테더가 발행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가 시장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러스트=챗GPT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영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United Arab Emirates), 폴란드, 태국, 멕시코 등 95개국의 4월말 기준 외환보유액보다 많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월말 기준 4278억달러다.

국제결제은행(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BIS는 "기존 환거래 은행망이 느리거나 비용이 비싼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와 환율 불안이 심한 국가에서 활동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의견 차이로 법제화가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민간 주도의 혁신을, 한은은 은행 중심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는 시중은행이 컨소시엄 지분의 과반(50%+1주)을 보유하는 구조로 합의를 이뤘지만, 다음 달 3일 지방선거에 밀려 올해 상반기 법제화도 물 건너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 자산 2단계 법) 제정을 약속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금융 시스템 재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몇 가지 쟁점을 막판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하반기 국회에서 속도감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