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이름처럼 보이는 단체 명의 계좌가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계좌주 이름만 보고 송금했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28일 '개인명의를 사칭한 삼행시 단체통장에 유의하세요'라는 제목의 소비자경보를 내고, 개인 이름을 딴 임의단체 계좌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삼행시 단체통장'이다. 예컨대 '홍은동에서 길을 넓히는 동민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명을 세 글자로 줄여 '홍길동'으로 만들고, 이를 단체 명의 계좌로 개설하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 명의 계좌와 사실상 구분이 어렵다.
현행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는 '실지명의(실제 사용하는 사람의 이름)'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개인은 주민등록증 등에 적힌 이름으로, 동창회·친목회 같은 임의단체는 고유번호증상 단체명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해 개인 이름과 동일하게 보이는 단체 계좌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세사기에도 활용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의 이름을 딴 임의단체를 만든 뒤, 해당 단체 명의 계좌로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 약 8억원을 가로챘다. 임차인들은 계좌주명이 계약서상 임대인 이름과 같아 별다른 의심 없이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대응책으로 계좌 표시 방식을 바꾸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개인 이름처럼 보이는 단체 계좌의 경우 계좌명 옆에 '(단체)' 문구를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기존 '홍길동'으로 표시되던 계좌는 '홍길동(단체)'으로 표기된다. 은행권은 6월부터,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권은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거래 상대방이 개인인데도 계좌명 옆에 '(단체)' 문구가 붙어 있다면 송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