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두고 가상 자산 거래소와 은행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00만원 이상 이전거래를 무조건 의심거래로 보고하는 안이 시행되면 거래소와 은행 모두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표류 중이던 '법인 가상 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2단계' 시행 시점도 특금법 개정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실정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은 최근까지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그런데 거래소와 은행권 모두 "현재 내용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실무 차원에서 부담이 과도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국내 가상 자산 사업자가 해외 가상 자산 사업자 또는 개인 지갑과 체결한 가상 자산 이전 거래 규모가 1000만원이 넘으면 위험도와 상관없이 의심 거래로 보고 FIU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이는 1차적으로 거래소 업무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 측은 해당 규제 시행 시 지난해 6만3408건이었던 의심 거래 보고(STR) 대상 거래가 544만5133건으로 85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 건수가 수십 배 늘면 관련 인력과 시스템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이는 시간, 공간, 금전적으로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라고 했다.
거래소와 제휴해 계좌를 연동시킨 은행도 영향을 받는다. STR 대상 거래의 범죄 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고객 확인(EDD)과 거래 중단 등 조치가 동반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상 고객의 일반적인 금융 거래까지 한동안 묶일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FIU 조치로 계좌 거래가 정지되면 고객들 절대 다수는 은행에 민원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물론 은행도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 자산 투자를 계획 중이던 기업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당국이 특금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의 가상 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2단계 로드맵 시행이 무기한으로 밀린 탓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비영리법인 등에 대한 현금화 목적 매각(1단계)을 허용했으나, 2단계 시행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한국 코인 시장의 동력은 계속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